끄적임11 [SF 사극] 임진괴난 - 9화: 낯선 고향, 한성의 폐허 제9장: 낯선 고향 제1 전인분대는 왜군을 토벌하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군화가 밟은 땅은 처절하리만치 익숙한 곳, 바로 한성의 폐허였다. 한솔은 주변의 일그러진 산세와 강의 물줄기를 보며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의 고향. 그러나 더 이상 고향이라 부를 수 없는 잿더미의 땅이었다. 성벽은 무너졌고, 즐비하던 초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거대한 쇠로 된 쟁기가 땅을 밀어 평탄하게 만들고 있었다. 불에 탄 서까래와 주춧돌이 흙더미에 뒤섞여 아무렇게나 파헤쳐졌다. 먼지 자욱한 폐허 저편에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괴한 형태의 잿빛 건물 한두 채가 흉물처럼 솟아 있었다. 분대는 공사가 진행 중인 한가운데, 널따란 연병장에 소집되었다. 훈련 교관.. 2025. 7. 17. [SF 사극] 임진괴난 - 8화: 전인부대(前人部隊)의 탄생 제8장: 전인부대 (前人部隊)한솔이 끌려간 곳은 '훈련소'라 불리는 거대한 흙바닥 연병장이었다. 그곳에서 그를 포함한 모든 '징집 전인'들은 입고 있던 누더기 한복을 강제로 벗어야 했다. 수치심과 저항도 잠시,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괴물들이 입던 것과 똑같은, 뻣뻣하고 칙칙한 녹색 옷이었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낯선 옷을 입는 순간, 한솔은 자신의 이름과 과거마저 빼앗기는 듯한 기이한 상실감에 휩싸였다.모두가 같은 옷으로 갈아입자, '교관'이라 불리는 괴물 하나가 그들 앞에 섰다. 그는 감정 없는 눈으로 줄지어 선 전인들을 훑어보더니, 강철 같은 목소리로 선포했다."지금부터 너희는 전인부대 소속이다. 개인은 없다. 오직 부대만이 존재한다!"그날부터 지옥 같은 훈련이 시작되었다.그들은 매일 밤낮으로 .. 2025. 7. 17. [SF 사극] 임진괴난 - 7화: 전인(前人), 새로운 이름 제7장: 전인 (前人) 공포와 절망이 뒤섞인 침묵은 그리 길지 않았다. 군막의 입구가 거칠게 열리며, 바깥의 환한 빛과 함께 낯선 그림자 세 개가 안으로 들어섰다. 이전과는 다른, 단단한 쇠 투구를 쓴 '괴물'들이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검은 막대기는 여전히 불길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포로로 잡힌 백성들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지만, 괴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안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가장 나이가 어려 보이는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건조했다. "김 이병, 이 전인들 분류장으로 인계해." '전인(前人)'.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였다. 조선인도, 백성도 아닌, 마치 가축의 종류를 나누듯 무감정한 호칭이었다. 하지만 .. 2025. 7. 17. [AI 사진] 신비로운 숲 속 버려진 도서관으로 떠나는 여행 (10장) [AI 사진] 신비로운 숲 속 버려진 도서관으로 떠나는 여행 (10장)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숲의 심장부, 그곳에는 세상에서 잊힌 지식의 성소가 잠들어 있습니다. AI의 상상력을 통해 재탄생한 '버려진 도서관'의 신비로운 풍경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0장의 이미지를 따라 비밀스러운 공간을 함께 탐험해 보세요.1. 숲의 심장에 잠든 지식의 성소 깊고 고요한 숲속, 이끼와 담쟁이덩굴에 뒤덮인 채 수백 년의 시간을 간직한 웅장한 고딕 양식의 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비로운 안개가 자욱한 숲의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입니다.2. 시간의 문턱 도서관의 거대하고 낡은 참나무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정교한 조각들은 세월의 흔적으로 닳아있고, 문틈으로는 어둡고 신비로운 .. 2025. 7. 15. [블로그 소설 SF 사극] 임진괴난 - 6화: - 생포 제6장: 생포 (生捕)움직이는 산. 그 압도적인 형체에 정신을 빼앗겨, 등 뒤에서 다가오는 또 다른 위협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찰나의 방심이었다.바스락.나뭇잎이 밟히는 미세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이었다.퍽!목덜미에 강하고 둔탁한 충격이 가해졌다. 비명조차 지를 새가 없었다. 눈앞의 세상이 한순간에 기울어지며, 땅과 하늘이 거꾸로 뒤집혔다. 의식이 빠르게 멀어져 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소리를 들었다.그것은 이전의 기계 소음과는 다른, 감정이 실리지 않은 누군가의 목소리였다."생포했다. 복귀하겠다."정신을 잃은 한솔의 육신은 무언가에게 들쳐메어져 질질 끌려갔다. 그의 의식은 간헐적으로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축축한 흙냄새와 역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고, 덜컹거.. 2025. 7. 15. [블로그 소설 SF 사극] 임진괴난 - 5화: - 강철의궤 제5장: 강철의 궤 (鋼鐵의 櫃)한솔이 쇳덩이를 향해 몸을 날릴 기회를 엿보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숲의 정적을 찢은 것은 기계 소음도, 사람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산천이 울리는 듯한, 낮고 육중한 포효였다."크어어흥-!"소리가 난 쪽의 수풀이 거대한 파도처럼 흔들리더니, 얼룩무늬를 가진 산만 한 짐승이 뛰쳐나왔다. 조선의 산야를 호령하는 군주, 호랑이였다. 굶주림에 눈이 뒤집힌 맹수는 가장 가까이 있던 산적의 목덜미를 그대로 물어뜯었다. 비명조차 터져 나오지 못했다. 질긴 가죽과 뼈가 부서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사내의 몸이 짚단처럼 허공에 나부꼈다."호... 호랑이다!""빌어먹을!"순식간에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방금 전까지 기묘한 상자 앞에서 벌벌 떨던 약탈자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2025. 7. 15. 이전 1 2 다음